생활수필 - 그여자가 쓰는 그남자 그여자 II
생활수필 - 그여자가 쓰는 그남자 그여자 II
  • 미용회보
  • 승인 2020.07.31 17:15
  • 조회수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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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래야 결혼해서 편하다나? 하지만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우선 나 먼저여야 했다. 사랑은 주고받는 거라 생각하기에 일방적인 사랑은 받고 싶지도 주고 싶지도 않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주고받는 관계로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너를 보면 인연은 있는 것 같아
마흔이 넘으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생애 나의 인연은 없을 것 같기도 했고, 40대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컸다. 수많은 소개팅을 하고도 늘 “인연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해야 했으니, 더 이상 소개팅도 번거롭게 느껴질 즈음 그 남자를 만났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되어서야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젊은 날을 마음 아프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월에 피는 꽃도 있고 오월에 피는 꽃도 있다. 때가 되면 누구에게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인생은 먼 길이다.’ 박범신 <젊은 사슴에 관한 은유> 中

그 남자는 나보다 한 살 많았다. 전공은 물리학으로 서점을 운영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따로 준비하는 것이 있어 공부하며 서점 일을 도와 드리던 중,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시는 바람에 서점 일을 잇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엔 서점을 운영하고 싶지 않았단다. 그러다 서점이 없어지는 것을 상상해 보았단다. 본인이 운영하고 싶지 않은 것 보다 아버지가 10대 때부터 한평생을 운영하시던 서점이 없어진다는 것이 더 싫더란다. 그렇게 그남자는 헌책방의 주인이 되었다. 
‘국문학’과 제법 잘 어울리는 그 남자에게 왜 물리학을 전공했느냐고 물었다.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는 다소 의외의 답변을 듣고는, “과학자가 되었다면 나와 인연이 닿았을까?”, “우린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었으니 만났을 거야~”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그랬다. 

나와 비슷한 결을 지닌 그 남자는 취향도 성격도 비슷했다. 크게 다른 것 하나는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면 수학정석을 펼쳐놓고 문제를 푼다는 것으로, 난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을 것 같은데 말이다. 딱히 이 부분 말고는 다른 점을 찾기 어려웠다.
‘달라야 살지 같으면 못살아~!’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기에 우리 이대로 괜찮을지 결혼한 선배 찬스를 쓰기로 했다. “성격도 취향도 비슷한데 결혼해도 될까요?” 걱정스러움에 질문을 했지만 하나같이 천생연분이라고 했다. ‘좋았어!’

드디어 엄마께 나의 마음을 들려드릴 때가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당신의 딸이 빨리 결혼하길 바라셨지만  “이런 사윗감이면 좋겠다.” 라고 나름의 기준을 시시 때때로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어느 날, 식사 후 엄마와 마주 앉은자리에서 무턱대고 용기를 냈다.

“엄마! 드릴 말씀 있어.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환희에 찬 엄마의 얼굴을 마주하고, 쉼 없이 하지만 천천히 말씀드렸다. “그 사람의 이름은 ***이고. 나이는 나보나 한 살 많아.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고, **대학을 나왔고 물리학을 전공했어. 아빠가 하셨던 서점을 대를 이어 운영하는 거예요.” 두근두근....... 엄마가 뭐라고 말씀하실까 두려웠다. 잠시 후 엄마는, 합장하시며 낮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우선 네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니 고맙고 축하한다. 다만 네가 못 보고 있는 10%가 있을 수 있어. 그 10%는 엄마가 보게 해줬으면 해.”

엄마는 그 남자를 보고 싶어 하셨고, 며칠 후 집으로 초대하셨다. 양복차림의 어색한 모습이 영 불편해 보였던 그남자와의 대화의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남자가 다녀간 후 하신말씀만 기억에 있을 뿐이다. ‘좋은 청년 같다’고, ‘이만하면 됐다’고 합격점수를 주셨다. 역시 우리 엄마는 달랐다.
그해 겨울 상견례를 하고 만난 지 10개월 만인 다음 해 6월 1일, 우린 결혼을 했다. “그래서 먹고는 산대?, 인연 타령 좀 그만 해!”라고 말했던 친구는, 나를 보면 인연은 있는 것 같다며 말을 바꿨다. 이렇게 인연은 우연처럼 왔고 한결같은 그 남자와 나는 결혼 12주년을 보냈다.

여전히 난 인연은 있다고 생각하며, 결혼의 가장 우선순위는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시연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 공원연출 및 상품 기획
기업 문화 상품 기획(포스코 外 다수)
웹사이트 디자인(주한 르완다 대사관 外 다수)
엄마의 책장 기록집 <오늘은 고백하기 좋은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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