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큐레이션] 아픈 몸으로 읽는 앎과 삶, 은유로서의 질병을 반대한다
[콘텐츠큐레이션] 아픈 몸으로 읽는 앎과 삶, 은유로서의 질병을 반대한다
  • 미용회보
  • 승인 2019.10.02 12:20
  • 조회수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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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애도㉒

 

웃어도 눈물이 나
울어도 웃음이 나

24살에 난소암이 발병해 항암치료를 하며 투병을 하고 있는 8년 차 암 환자 조윤주 씨의 이야기입니다. 2019년 9월 19일 현재 구독자 2만 2천4백 명을 보유한 ‘뽀삐 암’이라는 이름의 이 채널은 암 환자 뽀삐의 투병기를 공유하는 영상 채널입니다. 그런데, 암 환자 하면 떠오르는 ‘삭발한 머리’로 연상되는 힘없고 우울한 모습이 아니라 담담하게, 당차게 그리고 희망을 담아 자신의 경험과 현재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또 다른 환우, 환우 가족들과 유쾌하게 나눕니다. 최근 암이나 여러 질병으로 투병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투병기를 나누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암 환자의 가발 리뷰’와 같은 제목만으로도 흥미가 솟구치는 동영상에는 여느 예능 프로그램 못지않은 웃음이 배어나지요. 유방암과 폐암으로 부모님을 잃고 ‘성인 고아’라고 스스로 말하는 친구 신소희 씨와 웃고 떠들며 왁자하게 수다처럼 나누는 대화에 아픔과 슬픔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히 현실의 두려움과 고통, 슬픈 기억이 있지만 그 고통에 빠져 허우적대며 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이야기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신문기사에 세 명의 젊은 여성이 도심 야외 카페에서 더없이 화사하고 예쁘게 웃는 모습의 사진을 봤습니다. 기사를 읽은 후 투병기를 공유하는 채널을 찾아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러 편의 영상을 시청하며 가슴이 뻐근해져왔습니다. 2018년 12월 27일에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한 이 채널의 소개말입니다.

 

그림1) 출처 : 유투브


안녕하세요? 암 환자 뽀삐입니다!
젊은 암 환자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여러분은 어디에 계신가요?
아프다고 숨는데만 익숙해지는
제 스스로를 세상 밖에 꺼내보려고 합니다.
저와 함께 오래오래 살아요.♡

 

그림 2) 출처 : 스브스 뉴스

 

이들의 유튜브나 SNS의 댓글을 보면 환우들만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슷한 투병 경험이 있거나 가족 중 환자가 있는 사람들, 병이 아니라도 아픔을 겪고 이를 극복한 적이 있거나, 혹은 이미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아픔을 겪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함께 소통하며 서로를 다독이며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채널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악플들이 달려있지요. 이 채널에 응원을 보내고 싶은 것은 이 악플조차도 콘텐츠로 삼아 악플에 마주하며 많은 암 환자들의 숨어드는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암 환자 또는 암 환자 가족으로서 바라본 세상의 시선, 말, 글들에 때로는 힘을 얻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 혹독하게 아프고 참담하고 외롭던 이들에게 먼저 ‘암밍아웃’하며(암환자의 커밍아웃을 줄인 말로 해석됩니다) 스스로 길이 된 뽀삐님이 오래오래 채널을 운영하실 수 있기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낮은 감수성

 


암 투병 중이라고 하면 자기 관리 못하고
막 산 사람이라는 듯한 시선으로 봐요.
그런 말 들으면 억울하죠.
저 막살지 않았는데요.

 

천안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헤어디자이너 송민서 씨입니다. 그는 2014년 3월 위암 3기 진단을 받았고 2019년 올해 암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이 여전히 불편하다고 말합니다. 미용실 손님들과 이런저런 수다를 늘어놓다 보면 자신의 암 투병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러면 어김없이 듣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젊은 나이에 왜 그랬냐’ ‘술을 많이 마셨냐’라는 등의 이야기입니다.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방송에서나 인터넷에서 패널들이 우스갯소리로 자주 등장하는 ‘암 유발자’ ‘암 걸리겠다’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수화통역사라는 새로운 삶을 준비하며 긍정적인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려 노력하며 해마다 남편과 함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며 인생의 리셋(Reset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른 그녀의 건강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그림3 출처_픽사

 

은유로서의 질병을 반대한다
‘뉴욕의 지성’이라 불린 수전 손택은 1976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유방암 제4기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지요. 이때부터 손택은 질병 자체, 그리고 질병에 들러붙어 환자의 재활 의지를 꺾는 낙인, 은유, 이미지와 투쟁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의학적이면서도 지성적으로 질병과 투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1976년 파리로 건너가 유방절제 수술과 화학요법을 받은 뒤 1978년에 완치된 손택은 질병을 이겨 냈다는 데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즉, 개인적 완치의 기쁨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이 질병을 대하는 태도, 질병을 신비화하는 언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겁니다. 투병 중이던 1977년부터 <뉴욕 타임스>에 질병을 바라보는 자신과 사람들에 대한 성찰을 연재했던 손택은 그 성찰의 글들을 다듬어 <은유로서의 질병>을 발표했습니다. 1986년, 폐암으로 어머니를 여의고 이후 1998년에는 자궁암으로 다시 자궁 절제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오랜 투병 생활 뒤에 손택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림 4) 출처 : 이후 출판사

 

“질병은 그저 질병이며, 치료해야 할 그 무엇일 뿐이다.”

 

어떤 특정 질병을 질병이 아니라 처치하기 불가능한 악으로 간주하는 한, 암에 걸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병이 무엇인지 알게 되자마자 사기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런 일을 해결하려면 암 환자들에게 진실을 감추려고 하기보다는, 환자들이 이 질병에 갖고 있는 개념을 바로잡아 주고 이를 신비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결핵과 암에 달라붙어 있는 은유들은 뭔가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불쾌감을 유발하는 생활 방식이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암을 심리적 측면에서 설명하는 통속적인 언급들은, 흔히 ‘우울해하는 여성’이 ‘쾌활한 여성’보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하는 편견 같은 진단들입니다. 또한, 암을 질병 그 자체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악마’ 같은 존재로 취급하여 질병을 신비화하는 경향이 있어 현대에도 의학적 치료가 아닌 잘못된 치료의 폐해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 자신도 모르게 특정 질병에 불필요한 은유를 덧입히며 환자와 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점검하며 살피는 감수성이 절실합니다.

 


 

김도경

도서출판 책틈 편집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산업
대우증권, SK사회적기업,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등 근무
정부, 공공기관 공공문화콘텐츠 기획개발 및 사업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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