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 손수 제작의 즐거움 III
생활수필 - 손수 제작의 즐거움 III
  • 미용회보
  • 승인 2019.08.05 10:10
  • 조회수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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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공사

 

한미서점은 인천 배다리(인천 동구 금곡로)로 불리는 지역에 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헌책방이 40여개가 넘어 ‘헌책방 거리’라 불리던 곳으로 지금은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책방들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11월, 드라마 도깨비로 한미서점이 유명해지자 지역엔 관광객이 많아졌다. 해가 바뀌어도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자 구에서는 파사드 지원사업으로 건물의 전면을 보수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지역의 이해 없이 공사를 진행하다보니 정체성이 결여되어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생겼다. 색상 하나를 고르는 데에도 수십 번은 고민해서 결정 하게 되는데 마을의 전면을 보수하는 작업을 지역과 공간에 대한 이해 없이 뻔한 소재의 사용과 표현방법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자비부담이 일부 있는 파사드 지원사업을 활용할 것인지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느리지만 천천히 완성 해 나가는 셀프공사는 기간이 길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공사를 시작하기 전 아주 깊은 고민을 하기에 후회는 줄일 수 있다. 가끔은 헷갈리기도 한다. 하고 싶은 부분이 생겨서 공사를 하는 건지 셀프공사가 가능하기에 하고 싶은 부분이 늘어나는 건지......

 


 

다락방공사
서점의 1/3에 해당하는 공간을 ‘허.공.상.실’로 이름 짓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3년 째 진행하고 있는 학교 밖 문화예술 프로그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으로 서점이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오래된 천정을 드러내고 4미터가 넘는 박공지붕 형태의 천정이 드러나자 다락방이 떠올랐다.
“천정이 높으니 우리 다락방을 만들면 어떨까? 꿈에 그리던 다락방을 만드는 거야. 만화책을 가득 놓고 다락방에 엎드려 보는 모습을 상상해 봐! 신청자를 받아 소장용 책을 읽는 공간으로 활용해도 좋겠어.”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대며 우린 다시 공사 계획을 시작했다. 나무는 얼마나 소요될지. 셀프공사가 가능한 건지, 비용은 어느 정도가 될지. 생각만으로 신났던 일들이 현실로 내려앉는 순간 헉! 하고 숨이 내뱉었다.
“돈 있어?” 라는 짧은 물음에 살짝 접기로 했다. “하하하!”
셀프공사라고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줄기는 해도 좋은 자재를 사용하고 안전을 위해 온갖 보강재를 더하니 산출비용에 헉! 하고 놀라움이 절로 터진 것이다.

다시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도 좋아할 거라는, 공간 활용도도 높을 거라는, 또 다른 이유를 더하기 하며 어느새 이름까지 정해놓았다. 꿈다락방!
수많은 자료를 찾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갈무리하여 철저한 계획을 세운 후 다락방 공사를 시작했다. 먼저 다락방 아래에 놓일 수납장부터 만들었다. 마침 수납공간이 턱없이 부족했기에 수납장을 받침대로 삼기로 한 것이다. 그 수납장 위에 구조재와 보강 철물을 사용해 뼈대를 단단하게 만들고 나무로 바닥재를 깔았다. 단단하게 만들어진 다락방으로 올라가 보니 후덜덜~ 난간이 필요했다. 아이들의 키 높이를 고려해 적당한 높이의 난간을 만들고 공간 활용도가 높은 사다리 형 계단을 만들어 드디어 완성! 글은 길지 않지만 완성까지 5개월이 넘게 걸린 긴 작업이었다.

 

 

마루공사
어설픈 미장작업으로 바닥을 만들어 사용한 지 3년이 된 2018년 5월. 저렴한 바닥용 페인트를 사용했더니 군데군데 칠도 벗겨지고 보수가 필요했다. 다시 페인팅을 해야 할지 이참에 마루로 깔지 또다시 깊은 고민의 시간이 이어졌다. “시멘트 바닥 보다야 역시 나무로 된 바닥이지. 오래된 책과 나무 바닥. 운치 있잖아?” 3개월 동안 고민을 하고 2018년 8월. 하필이면 가장 무더웠던 그날, 우린 서점 문을 닫고 무려 일주일동안 바닥공사를 진행했다. 무척이나 더웠던 여름이라 서점 옆 카페 사장님은 연신 아이스커피를 타다 주시고 에어컨은 있느냐며 진심어린 걱정을 해 주셨다. 에어컨을 풀가동 하고도 작업이 쉽지 않아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그때 입던 티셔츠에서 나던 냄새를, 기억하고도 싶지 않은 그 냄새를 잊을 수가 없다. 하하!

작업의 과정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1. 갈라진 바닥 틈새로 올라오는 습기를 막기 위해 비닐을 깐다.
2. 바닥 평탄작업을 위해 구조재로 뼈대를 만들고 시멘트 바닥과 나무사이에 빈틈이 없도록 얇은 나무를 끼운다.(삐걱삐걱 소리가 날 수 있기에 취한 방법이다.)
3. 뼈대 위 E0급 합판인 무취합판을 올린다.
4. 같은 합판을 마루폭으로 일일이 재단해서 결이 예쁘도록 붙여준다.
5. 마감재를 바른다.
새로 짓는 집이라면 각을 잘 맞춰 공간을 만들고 그에 맞게 마루를 깔면 좀 더 간단했겠지만 오래된 건물은 슬프게도 전혀 각이 맞지 않았다. 역시 뭐든 처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시간이다. 각을 맞추기 위해 나무를 여러 번 옮기며 재단해야 했으니 처음 마루공사를 시작할 땐 서점 전체를 마루로 깔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으나 하루 이틀 바닥공사를 하면서 “절대로 다신 하지 말자!” 며 의기투합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완성된 모습은 감동스러울 정도로 예쁘고 만족스러웠으니 첫째를 낳고 둘째아이를 낳는 심정이랄까? 어찌되었든 셀프공사는 시작은 있되 끝은 없는 것 같다.

 

*자재 등급
가공된 목재나 부품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으로 친환경 자재등급이 구분됩니다.
SE0 등급에 가까울수록 인체에 무해하고 피부나 호흡기 질환이 유발될 가능성이 적습니다.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에 따른 등급


친환경 자재 기준: SE0와 E0 등급
※ 새집증후군 제거제가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는데 효과적입니다.
출처 : 네이버 쇼핑용어사전

 


 

김시연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 공원연출 및 상품 기획
기업 문화 상품 기획(포스코 外 다수)
웹사이트 디자인(주한 르완다 대사관 外 다수)
엄마의 책장 기록집 <오늘은 고백하기 좋은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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