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93] 연금술사
[이달의 책 93] 연금술사
  • 서영민 기자
  • 승인 2019.07.01 15:42
  • 조회수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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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장편소설, 최정수 옮김, 문학동네 펴냄.

TV에서 스페인하숙이라는 프로그램이 꽤나 인기를 끌었다. 유해진 차승원 배정남 세 사람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진솔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 하숙집을 찾는 이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이다. 스페인에는 세계 각지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 끊임없이 걸으면서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다. 그 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길이 제주의 올레길이다. 길은 어디론가 이어진다. 길 위에 사람은 걷고, 걸으면서 생각하고 성장한다. 양치기 청년 산티아고는 자신의 보물을 찾기 위해서 피라미드가 보이는 곳까지 길을 떠난다. 사랑하는 여인, 사기꾼, 현명한 예언자, 연금술사, 군대를 만난다. 장사해서 돈을 벌고 가진 돈을 모두 털리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마침내 피라미드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서영민 홍보국장 yms@kocoa.org
                                                      


연금술사는 나르키소스의 전설을 알고 있었다.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매일 호숫가를 찾았다는 나르키소스. 그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결국 호수에 빠져 죽었다. 그가 죽은 자리에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따서 수선화(나르키소스)라고 불렀다. p13
▶▶ 자신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나르시즘은 자부심의 원천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지나쳐 오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제 잘난 맛에 산다는 말도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선화라는 꽃을 보면 수줍음을 많이 타는 꽃으로 느껴질 뿐 나르시즘과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만일 어느 순간 내가 괴물로 변해서 자기들을 차례로 죽여 버린다 해도, 양들은 자기 친구들이 거의 다 죽고 난 후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차릴 거야. 그건 다 내게만 의지해 본능에 따라 사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지. 내가 자기들을 먹여주니까.’ p26
▶▶ 독립적이고 주체적 인간이 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만 살아갈 수 없다. 적절한 이성의 통제와 본능이 조화를 이루어야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인생을 살맛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지.’ 산티아고는 다시 한번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걸음을 재촉했다. p31
▶▶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현실이 버겁다. 꿈은 실현되기도 하고 꿈으로 그치기도 하지만 망망대해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돛단배가 바라보는 등대와 같다. 그래서 꿈은 속도가 아니고 목표점도 아니고 방향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엔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때로는 물과 먹이를 찾는 일에 만족하며 말없는 양들과 함께 이기거나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들과 함께 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p44
▶▶ 어린 시절 소를 끌고 들판에 나가서 풀을 뜯겨본 경험이 있다. 주인공 양치기 청년 산티아고의 심리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넓은 자연에 동물과 함께 서면 자연의 품에 비해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인생이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것도.

그리고 현자는 이렇게 덧붙였지.
‘살고 있는 집에 대해서 모르면서 사람을 신용할 수 없는 법이라오.’ p61
▶▶ 나는 지금 서울에 살면서 살고 있는 동네가 계급이 되어버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를 가보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책장의 책에서 생각을 읽을 수 있고, 공간 배치에서도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가치관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집에 초대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마음을 여는 일이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대로 세상을 보는 거지.’ p73
▶▶ 일어나는 일만을 보고 냉철해져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바라는 방향으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다.

“제 양들을 더 빨리 되찾기 위해서입니다. 기회가 가까이 오면 우리는 그걸 이용해야 합니다. 기회가 우리를 도우려 할 때 우리도 기회를 도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것을 은혜의 섭리라고 하기도 하고 ‘초심자의 행운’이라고도 합니다.” p92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하지 않았는가? 오늘이 기회인지 모른다. 시간이 흐르고 난 이후 그 때가 기회였음을 깨닫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지금이 기회인데 그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또 기회를 돕지 않는다면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는 눈앞에 다가온 귀향을 새삼 되새겼다. 그런데 그 순간 자신의 결정이 더 이상 기쁘지 않았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거의 일 년을 꼬박 일했다. 그런데 꿈은 매순간 조금씩 그 소중함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느닷없이 그 꿈이 진정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정작 메카에는 가지도 않으면서, 가고 싶다는 갈망만으로 평생을 살아온 크리스털 가게의 주인처럼 되는 게 더 나은 일인지 누가 알겠어?’ p109
▶▶ 내게 귀향의 감정을 느낄 고향은 어디일까?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지금의 그곳을 정말 고향이라고 자주 찾을 수 있을까? 꿈조차 희미하게 무엇을 꿈꾸었는지 아련해져 버렸다는 상실감도 밀려온다. 고향을 상실하는 것과 꿈을 상실하는 것은 어쩌면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기도 쉽지 않겠지만 막상 꿈을 이루면 당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꿈이라는 방향이 사라져버린다면 혼란스러울 것이다.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자아의 신화는 더욱더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로 다가오는 거야.’
산티아고는 이제 무언가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p124
▶▶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가 살아지니까 살아내는 것인지, 아니면 선택할 수 없는 거대한 무게가 삶이라는 것인지, 각자의 삶에 다른 답이 있을 뿐이다.

난 지금 과거를 사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도 아니니까. 내겐 오직 현재만이 있고, 현재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게요. p144
▶▶ 과거가 있었다고 기억해 낼 수 있는 것은 현재가 있기 때문이다. 미래가 주어졌다는 착각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고, 현재로 마감되는 일들은 널려있다. 그냥 겸손하게 담담하게 현재를 살아낼 뿐이다.

“아무리 먼 길을 걸어왔다 해도, 절대로 쉬어서는 안 되네. 사막을 사랑해야 하지만, 사막을 완전히 믿어서는 안 돼. 사막은 모든 인간을 시험하기 때문이야. 내딛는 걸음마다 시험에 빠뜨리고, 방심하는 자에게는 죽음을 안겨주지.” p183
▶▶ 인생이 그러한 것 같다. 먼 길을 걸어왔어도 언제나 쉴 수는 없다. 그냥 걸어온 길을 사랑하지만 그 길에서 수없이 많은 상처를 받기도 한다. 걸어 온 삶이 용기를 주기도 하지만 매정하면서도 깊이를 알 수 없는 고독의 늪으로 빠뜨리는 것이 삶이라고 가르친다.

인간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지. 인간의 마음은 정작 가장 큰 꿈들이 이루어지는 걸 두려워해. 자기는 그걸 이룰 자격이 없거나 아니면 아예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지. p212
▶▶ 많은 사람들이 꿈을 크게 가지라고 하는데 역설적으로 삶에 찌들다 보면 꿈의 크기가 점점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산티아고는 자기 고향의 오랜 속담 하나를 떠올렸다. ‘가장 어두운 시간은 해뜨기 직전’이라는. p216
▶▶ 도전해서 모든 경우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도전이라고 말할 수 없다. 도전은 실패가 빈번하게 뒤따르기 때문에 값진 것이다. 어떤 일이던지 성공하기 직전이 가장 고비이고 힘든 시점이다. 한 밤중은 어둡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견딜 수 있는 어둠일 수 있지만 해뜨기 직전은 그렇게 어두운 것이 아니지만 곧 밝아질 것이라는 큰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장 어둡게 느껴질 것이다.

“자아의 신화를 사는 자는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고 있다네.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하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일세.” p230
▶▶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용기이며, 그런 두려움을 느낄 때 격려해 준다면 상상 이상의 힘을 불어넣어 주는 효과가 있다.

내가 믿고 있는 이 땅의 속담이 있지. ‘한 번 일어난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p250
▶▶ 한 번 일어난 실수는 굳게 다짐하고 철저하게 대비한다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두 번 일어났다는 것은 그러한 대비가 무너졌다는 것이며, 반복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우연한 사고라기보다는 시스템적으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한 번 실수보다 두 번의 실수가 훨씬 고치기 어렵다는 점도 같은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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